정부부처나 장관들, 틀린 숫자 틀린 내용 들이대며 믿으라
국정원 정치개입 정확히 못 밝히면 이명박정부 편드는 것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입력시간 : 2014.01.09 20:58:36 

 

계산을 잘못한 것인가 몇 번이고 동그라미를 세어 보았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초연금을 둘러싼 황당한 수치를 또 내놓았다. 민주당이 주장하는대로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다달이 20만원씩 연금을 줄 경우 2060년이면 264조원이 든다고 말했다. 대신 박근혜 정부 안대로 10만~20만원을 차등지급하면 228조원이 들기 때문에 국민 1인당 세 부담을 80여만원씩 줄여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산을 해봤다. 한 사람에게 다달이 20만원이면 1년이면 240만원이다. 228조원은 9,500만명에게 매년 240만원을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이다. 대한민국의 인구가 2060년에는 몇 명이나 되기에 노령인구만 9,500만명인가.

보건복지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40년을 예로 들었다. 그때 든 예상금액은 161조원이다.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자'는 운동을 펼치는 곽노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 수치가 6,700만명에게 다달이 20만원의 연금을 줄 수 있는 금액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통계청 기록에 따르자면 현재 35세 이상이 하나도 안 죽는다고 해도 노령인구가 2,800만명 밖에 안되고 통계청 인구추정은 2040년에 65세 이상 인구를 1,700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고 했다.(2013년 12월 7일자 '서화숙의 만남' 보도) 2040년의 노령인구는 현재 살아있는 인구로 정확한 최대치가 나오니까 2060년까지 들이댔는지 몰라도 터무니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냥 수치만 들이대면 전문성이 있어 보여서 사람들이 속을 줄 아는가. 이런 것을 전문가의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이런 전문가의 거짓말이 사기 수준에 이른 것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다.

국민은 연 400조원에 이르는 거대한 세금을 걷어서 공무원들에게 나라살림을 하라고 운용을 맡긴다. 어떤 정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할 것인가를 정확히 짐작할 수 없지만 적어도 정직한 사실을 토대로 하기 바란다. 그런데 기본조차 틀리는 거짓말을 공직자들이 늘어놓는다면 그 정부를 믿을 수 있을까 참 걱정스럽다.

국토교통부가 철도공사의 효율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강변하는 수서발KTX 분리도 그렇다. 정부는 민영화의 시작이 아니라고 하지만 분리독립하고 철도청의 적자가 심화될 것은 기본 산수만 해도 안다. 더구나 미국 유럽과 맺은 FTA협약에 따라 철도 노선이 분리독립하기 시작하면 외국기업의 참여를 막을 수 없다. 그런데도 아니라는 강변이 먹히나.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정부가 일부러 감싸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시민들의 항의에 입장을 철회하면서 채택률이 전무해지자 여당 국회의원이 국정교과서안을 들고 나온다. 교육부는 철회에 강압이 없는지 조사에 나서겠다고 한다. 정작 학교가 맘대로 선정하면서 저지른 편법은 조사 대상도 아니다. 이건 누가 봐도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정부가 감싸는 것이다. 상식이 그렇게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해를 넘기고서야 최근 기자회견을 했다. 박근혜정부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국정원을 감싸고 도는 일이다. 국정원 직원이 불법적인 정치개입을 했고 조직적으로 은폐했고 서울경찰청은 은폐를 돕기까지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런데 그 문제를 파헤치는 일에 박근혜 정부는 매우 미온적이다. 수사에 적극적이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석연찮은 이유로 물러난 데 이어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 역시 수사에서 손을 떼야 했다. 이 일에 국정원이 개입돼 있다는 것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런데 기자회견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 현안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냥 내가 아니라면 아닌 것을 믿으라는 식이다. 안타깝게도 그렇게는 안 된다. 불법과 관련이 없다면 명백히 밝혀야 하는 것이고 명백히 밝히지 않는다면 불법과 관련이 있다는 뜻이 된다. 상식이 말한다.

또 하나의 상식이 있는데 국가의 모든 공직자는 대통령을 포함해서 국민의 심부름꾼일 뿐이다. 국민의 뜻을 배반하면서 존재할 수 없다.

 

[출처]: 한국일보i 2014년 1월 9일자

 

 

 

Posted by 경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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