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hink/과학 칼럼2014.08.29 18:21

20여년 전 IBM이 휘청거릴 때 회장으로 취임해 구조조정에 성공한 경영자가 있다. 루이스 거스너 회장이다. 거스너의 접근 방법은 독특했다. 회장으로 취임을 했으면서도 곧 바로 회사로 출근하는 대신 고객사부터 방문해 IBM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들었다. 고객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가지고 나중에 회사에 돌아와 개혁의 방향과 정당성을 역설함으로써 내부 반발과 저항을 제압했다. 역사와 전통 있는 오래된 회사를 개혁하거나 구조 조정 전문 경영자들에게 IT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대개는 회장에 취임하면 내부 임원들의 보고를 들으면서 업무를 파악한다. 이럴 때에는 IT를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되지만 거스너처럼 밖에서 업무를 파악하는 때에도 과연 IT는 경영자에게 중요한 요소일까. 이런 경우에는 경영자가 IT를 몰라도 되는 것일까. 아니다. 고객의 소리 대부분이 IBM의 업무 프로세스가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고객은 관료적이라고 표현했지만 프로세스 관점에서는 비효율적인 것이다. 비효율적이고 부서별로 단절돼 있는 프로세스를 고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내부의 업무 흐름을 분석해 이를 다시 IT를 가지고 꿰지 않으면 프로세스가 제대로 굴러 가지 않는다. 접근 방법만 달랐을 뿐이지 경영자가 IT를 몰라도 된다는 예는 아니다.

얼마 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M&A업체의 사장을 만났다. 자기들이 회사를 인수하고 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인수된 회사에서 자기들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가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나쁜지는 모르고 있었다. 경쟁사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인지, 직원들의 생산성이 어떤지 정확히 수치로 알지 못했다. 그래서 회사를 인수하고 난 뒤 맨 처음 하는 일이 현재의 상황을 모든 직원들과 공유하는 것이었다. 정보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 회사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경영자가 IT를 잘 알아야 하는 이유는 회사의 상태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경영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한마디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CFO나 주요 임원들이 여러 형태로 보고를 하지만 경영자는 자기 스스로 경영상의 유의미한 정보를 찾아내서 보고되는 내용도 크로스 체크할 줄 알아야 한다. 아래 임원을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다. 임원 스스로도 모르고 있는 문제가 많다. 어느 스타 경영자가 내 회사가 이런 정도인 줄은 나도 몰랐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이 경영자가 스스로 유용한 정보를 찾아 낼 수 있었더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회한은 없었을 것이다.

회사를 경영한다는 것은 이지스함을 운항하는 것과 같다. 수백, 수천 개의 타깃을 위험도에 따라서 우선순위를 잡고 타깃 성격에 따라서 대응 수단을 찾아내는 것이다. 멀리 있어도 치명적인 위험이 있고, 가까이 있더라도 무시해도 되는 위험이 있다. 어쩌면 권한 위임, 성과 중심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회사의 어두운 면을 애써 외면하는 일도 있다. 성과 나쁜 임원을 단호하게 자른다고 경영자의 책임이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자의 진정한 가치는 성과가 나쁜 임원을 미리 찾아내 성과를 내도록 동기부여하고 같이 뛰어주는 데 있다.

경영자가 회사 정보 흐름을 잘 알게 되면 업무의 흐름을 잘 알게 된다. 임원회의에 올라오는 의제들의 대부분은 각 부서가 서로 엮여 있는 것들이다. 이때 경영자가 업무의 흐름을 잘 알고 있으면 명쾌하게 문제를 정의할 수 있다. 문제의 올바른 제기는 그 속에 절반의 해답이 있다.

경영자가 문제를 명확히 이해하고 그 원인 행위를 찾아 낼 줄 알아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두더지 망치게임 하듯이 항상 사고 뒤치다꺼리나 하는 회의만 하고 있게 된다. 경영자가 큰 그림만 보고 세밀한 부분을 볼 줄 모르면 회사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지 못한다.

구조조정 전문가든, M&A 전문가든, 창업자든 모든 경영자는 자기 회사를 성장시켜야 하는 책무가 있다. 회사의 성장은 고객의 요구 파악에서부터 상품과 서비스 전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고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가 있어야 가능하다. 경영자가 IT를 공부하기 시작하면 업무 프로세스가 보이기 시작하고 프로세스가 보이면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 보인다. 그러면 전체적으로 최적의 프로세스를 갖게 되고 최고의 경쟁력을 갖게 된다.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



Posted by 경호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