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hink/과학 칼럼2014. 8. 29. 18:24

평사원에서 CEO가 된 경험에 비춰 보면 CEO가 뭔가 물어 봐서 대답 할 때와 자신이 준비해서 보고할 때 업무를 파악하는 깊이가 확연히 다르다. 갑자기 CEO가 불러서 물어보는 내용에는 자신 있는 척해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CEO의 호출이 잦을수록 임원들은 업무의 세세한 부분까지 파악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한 달에 한 번도 CEO와 독대하기 어려운 CIO들 입장에서는 보고해야 할 때는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 CEO는 CIO가 업무를 잘하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CEO와 CIO의 관계가 그러하면 CIO와 팀장들과의 관계도 똑같이 된다. CIO가 팀장·팀원을 자주 불러서 물어볼 때와 보고를 기다릴 때는 부서 업무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CEO가 CIO를 자주 부르면 이른바 문고리 권력이 생겨 CIO에게 큰 힘이 된다. CIO가 겉으로는 힘들어 죽겠다고 불평을 하지만 속으로는 싫지 않다. CEO가 CIO를 불러 물어볼 때 어렵게 물어보지 않아도 된다. 오래 물어보지 않아도 된다. 그냥 세워 놓고 잠깐 물어보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그저 일반적인 내용, 예를 들어 요새 IT 직원들 사기는 어떤가? 젊은 직원들 교육은 잘 시키고 있는가? 그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는가? 비용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어느 부서하고 일하는 게 제일 힘든가? 정보유출 갖고 시끄러운데 우리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경쟁사에 비해 우리 IT 강·약점은 무엇인가? 고객들이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직원들이 IT를 활용해 생산성을 올리고 있는가? 지금 시급히 투자해야 할 부분이 있는가? 지난 분기에 제일 잘한 일과 제일 잘못한 일이 각각 무엇인가? 당신이 경쟁사 CIO라고 한다면 우리 회사 IT시스템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만약 전산실에 불이 난다면 우리 대안은 무엇인가? 그런 재난에 대해 훈련은 하고 있는가? 지난번에 물어본 것을 어떻게 팔로업하고 있는가? 등 어느 부서에나 해당되는 일반적인 내용을 주기적으로 계속 물어보는 것이 좋다.

CEO가 CIO에게 물어보면, 일단은 대답하고 가겠지만 그래도 돌아가서 CIO는 팀장들에게 다시 물어봐서 확인할 것이고, 팀장은 팀원들에게 다시 확인하게 될 게다. CEO에게 보고하는 내용은 정제돼 올라가지만 갑자기 예고 없이 물으면 평소에 부서를 단단히 관리하지 않는 CIO들은 당연히 당황하게 된다. 한번 CEO에게 허를 찔리면 대부분의 CIO는 절치부심 다음 기회에 만회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조직이 적당하게 긴장하게 된다.

CEO들이 CIO에게 물어 보는 내용이 엉뚱한 것도 많다. 정확한 대답을 듣고 싶은 것보다 CIO의 업무 장악력을 테스트해 보는 류다. CEO가 내용을 알아도 일은 CIO가 해야 하기 때문에, 대답이 얼마나 정확한지보다는 물어본다는 사실, CEO가 정보부문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많은 회사가 회의에서 업무를 처리하지만 회의는 정말 비생산적이다. 임원들이 모여서 회의할 때 자기 부서 일이 아니면 집중하지 않는다. 괜히 남의 밥그릇 건드리다가 내 밥그릇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회사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문제나 사회적 파장이 있는 예민한 문제는 오히려 회의를 안 하고 자기들끼리 조용히 처리한다.

한마디로 회의에서 어떤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일방적인 업무할당을 회의라는 이름으로 부를 뿐이다. 특히 위계질서가 명확한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이왕에 모인 것, 조금이라도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려면 회의 때도 계속 물어봐야 한다. 회의 시간 내내 탄탄한 긴장감이 살아 있도록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

CEO가 CIO에게 일반 업무 사이드를 물어보고 다른 임원들에게 IT를 물어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마케팅에 물어보던 것을 모른 척하고 CIO에게 물어보거나 IT투자에 관한 것을 CFO에게 물어보는 그런 식이다. IT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현업 임원들에게 물어보면 자연스럽게 현업 임원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도 있다.

CEO는 임원들에게 주저하지 말고 계속 물어봐야 한다. 유별나지만 새벽 3시에 임원에게 전화 거는 CEO도 있고, 비행기에서 위성 전화로 숫자를 물어 보는 CEO도 있다. 경영자가 IT에 대해 보고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물어보는 것이야말로 IT를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쩌면 질문이 가장 중요한 소통의 기술이요, 소통의 시작이다. 경청을 미덕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질문을 미덕으로 생각해야 한다. 불치하문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



Posted by 경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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