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hink/과학 칼럼2014.10.10 15:22

글로벌 IT기업들이 금융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올 것이 왔다. 그동안 금융은 인허가 영역이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금융은 다른 사람의 돈을 받아서 또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줘 그 차액, 이른바 NIM(Net Income Margin)을 영업 수익으로 영위했다.

또 다른 말로 설명하자면 신용도 차이 때문에 금융이 발생한다. 신용도 높은 기관이나 개인이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 신용도 낮은 기관이나 개인에게 더 높은 이자를 받아 그 차익을 수익으로 잡는다. 금융은 신용이라는 칼과 리스크 관리라고 하는 방패를 들고 시장에서 싸운다. 금융을 어떻게 보고 해석하든,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 획득과 치밀한 분석이 업의 핵심이다.

금융 분야는 사실 점잖게 장사해왔다. 신용이 핵심이다 보니 고객에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좋은 위치의 상업시설에 잘 훈련된 직원이 친절하고 세밀하게 고객을 응대하는 이미지가 중요했다. 금융계는 신용을 가장 중시하기 때문에 아무나 들어 와 남의 돈으로 장사하다가 거덜 내면 피해 보는 사람들이 많고 사회적 파장이 크기 때문에 정부에서 허가와 승인이라는 이름으로 진입장벽을 쳐줬다.

이렇게 신사적이고 안정적인 사업 분야에 갑자기 못 보던 사람들이 침입했다. 금융계는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왜 침입했는지도 모르겠고, 무슨 무기를 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본사가 어디에 있는지도, 사장이 누구인지 직원이 몇 명인지도,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도 잘 모른다. 마치 중세유럽에 몽골군이 침입한 것과 같다. 싸우는 방식이 예전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아우성은 들리는데 처음 보는 적과 싸워야 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런 침입자들의 공격 루트가 또 여러 갈래다.

공격 부대의 면면을 보자. 페이팔, 알리페이를 주축으로 하는 글로벌 페이먼트 게이트웨이 부대가 있고, 비자(VISA), 마스터(MASTER) 등 기존 국제 네트워크 사업자 부대가 있다. 또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카카오 등 웬만한 은행보다 더 많은 현금을 갖고 있는 글로벌 IT기업 부대가 있다. 그뿐인가? 전통 카드사들과 통신사들도 눈치를 보고 있다. 당장 카카오톡이 손을 내밀자 여기저기 내로라하는 금융기관들이 협조하고 있다. 전체 금융시장에서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애써 자조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기세가 워낙 드세다 보니 카카오톡 연합군에 빠져 있다가 나중에 후회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일종의 보험에 들어 두는 것이다.

알리페이는 이미 롯데면세점과 손잡고 성업 중이다. 직구 열풍을 타고 아마존이나 이베이의 간편 결제를 경험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새롭게 금융 분야에 진출하는 회사들은 모두 IT를 기반으로 삼았다. 이들은 이미 IT를 전략적 무기화한 기업들이다.

외부 침입자들은 이미 온라인 위주로 영업을 펼친다. 이 때문에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금융기관들이 버거워 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부문의 구조조정이 연일 언론에 나온다. 증권 거래 패턴이 객장에서 온라인으로 바뀐 지 오래다. 증시가 침체해서가 아니라 산업 구조가 바뀐 것이다. 이러한 온라인이나 모바일의 여파가 분명 보험, 카드, 은행으로 전파될 것이고 머지않아 이러한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새로운 침입자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진화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세력이다.

은행의 여러 문제들, 즉 생산성 떨어지는 지점들, 고령화돼 가는 직원들, 각종 규제와 감독 룰, 노조와의 대립, 예대 마진 축소 등 이런 금융기관의 현실을 볼 때 과연 싸우는 규칙도 없고, 예상보다 훨씬 진격 속도가 빠른 유목민들을 상대로 전쟁을 해 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 새로 금융업에 침입한 이들은 그동안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성공한 업체들이다.

SNS 쪽으로는 중국 위챗이 6억명, 네이버 라인이 3억5000만명, 카톡이 1억4000만명이다. 아마존은 2억명을 넘어 섰다. 알리페이는 8억2000만명이라고 한다. 이런 엄청난 고객DB를 중심으로 간편하고 빠르고 고객 친화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다면 우리 금융기관들이 경쟁 할 수 있을까? 편리하고 빠른 금융 서비스가 해외에서부터 제공되기 시작한다면, 감독기관에서도 국내 금융기관을 무작정 보호해 줄 수 있을까? 우리나라 금융회사 직원들에게 미국 IB(Investment Bank)에서는 하루 16시간씩 일한다고 했더니 “미국같이 돈 많이 주면 우리도 그렇게 합니다”고 대답했었다.

세상 어느 회사도 일한 만큼 돈을 주지, 돈 받은 만큼 일하게 하는 회사는 없다. 신입사원 때부터 정년퇴직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단거리 뛰듯이 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침입자들은 단거리를 죽어라 뛰는 사람들이다. 지친 말을 바꿔 타면서 또 죽어라 달리는 사람들이다. 깔끔하게 잘 차려 입은 금융인들이 청바지에 운동화 신고 하루 16시간씩 전력투구하는 그런 침입자들을 만나 싸워서 이겨 낼 수 있을까? 이제 전혀 다른 별종들과 별스럽게 경쟁해야 한다. 골리앗이 주먹돌 한 방에 쓰러졌다. 갑자기 버나드 쇼의 비문이 생각난다.

“우물쭈물하다가 나 이렇게 될 줄 알았다(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


[출처]: 전자신문



Posted by 경호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