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hink/과학 칼럼2010.03.12 18:02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감동이 한국인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김연아 선수와 100년 전 유관순 열사의 비교 사진을 보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한 맺힌 국민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며 열정과 집념을 불태우는 새로운 세대들의 밝은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스포츠계에는 세계적인 스타가 많다. 1988년생으로 골프 신지애, 축구 이청용, 빙상 이승훈, 1989년생인 수영 박태환, 빙상 이상화ㆍ모태범, 1990년생인 피겨여왕 김연아, 엔터테인먼트계 소녀시대가 같은 또래다. 이들이 우리를 감동하게 하는 것은 하나같이 노력하는 사람들이고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20년간 한국에서 한국 역사를 연구하고 돌아간 일본인 역사학자가 "억눌려 한이 맺힌 부정적인 에너지는 응축되어 민족의 유전자를 변형시키며 이는 4세대, 즉 100년이 지나야 원형으로 되돌아온다"고 하던 얘기가 생각난다.

1894년 조선을 방문해 '조선과 이웃나라들'이라는 저서를 남긴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가 본 조선인은 외세에 시달리고 국내의 권력과 부정부패에 억압받아 절망적인 상태였다. 그로부터 100년, 한국인의 긍정적인 유전자를 지닌 새로운 세대가 태어나 자랐다는 뜻이 아닐까.

그렇다면 새로운 세대들이 훌륭하게 자라나 선진 한국의 동량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은 갖추어져 있는가.

선진국에는 A급 인재가 4% 이상 존재하고 있는데 한국에는 2%에 불과해 우수한 리더급 인재 양성에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아직 평준화 교육정책에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자들이 우대받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누구나 강조하고 있지만 앞서서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찾기 힘들다. 글로벌 무한 경쟁, 지식기반 경쟁 시대에는 기업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인식은 하고 있으나 기업가정신을 올리기 위해 어떤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징조도 찾을 수 없다. 벤처 1세대의 대표주자들은 모여서 새로운 시대의 벤처신화를 만들고 영웅으로 떠오를 후배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탄하고 있다.

연초 과학기술인 신년하례회에서 젊은 교수 한 분이 이런 얘기를 했다. KAIST 학생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할머니가 물었다. "학생, 어느 학교 다니나?" 학생은 영어를 모르실 것 같아 "한국과학기술원에 다닙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할머니가 "그래, 공부 못하는 놈은 기술이라도 배워야지!"라고 했다 한다. 모두가 웃었으나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 의식 수준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분명한 것은 과학기술계, 벤처기업계에 영웅이 탄생하지 않으면 경제강국이 될 수 없으며 선진 한국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이다. 스포츠계의 영웅들이 보여준 긍정 에너지의 불씨가 과학기술계로, 벤처기업으로 번져 나가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게 하는 길은 올바른 리더십 외에는 없다.

600년 전 세종 시대로 돌아가 보자. 세종 재위 불과 32년에 농업 생산성은 400% 이상 늘어나 온 백성이 잘사는 나라가 되었고, 15세기 전반 세계 과학기술 성과 62개 중 29개를 차지하는 첨단 과학기술 강국으로 우뚝 섰다. 세계 최고의 문자인 훈민정음을 비롯해 천문기상학, 의학, 약학, 농사기술, 아악 등 500년 조선의 기틀을 만들었다.

세종의 리더십은 한국형 리더십의 원형에 가장 가깝다고 한다. 소통과 화합, 창조와 도전, 배려와 상생, 백성을 위하는 위민을 넘어 백성과 동고동락하는 여민의 즐거움을 실천하는 리더십. 세종 리더십의 뿌리를 캐고 다양한 학문적, 전문적 고찰을 통해 한국형 리더십의 유전자를 찾아내는 노력이 시급하다.


[출처]: 손욱 농심회장, 매일경제 2010.3.12.



Posted by 경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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