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금 극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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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極地).
가장 따뜻한 달의 월평균 기온 0 ℃ 미만. 1년 내내 빙설이 가득한 곳. 황량히 펼쳐진 얼음바다.
극지는 한없이 척박해만 보이지만 사실 인류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기회의 땅이다. 기후변화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가 있는 연구현장의 최전선이다. 지구의 역사 기록 보관소라고도 불린다. 눈이 겹겹이 쌓여 대기 성분과 기후에 관한 귀중한 자료를 간직하고 있어 지구환경변화를 그대로 유추할 수 있는 '냉동 타임캡슐'이다.

"3대 소장을 연임한 후, 들뜨기보다는 차분한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해나가려고 합니다. 극지연의 사정을 알기 때문인지 어깨가 더 무거워졌고 매사에 더 신중해졌어요."

우리나라 극지연구의 대표 여전사의 일성이다.
이홍금 극지연구소장은 지난 3년간 극지연 2대 소장을 역임하면서 아라온호 건조와 남극 제 2기지 건설지 확정 등 극지 연구 인프라 강화와 국제 협력에 힘써 왔다. 연임이 힘든 분위기 속에서 특유의 화합과 안정감 있는 기관경영 리더십을 인정 받아 이 소장은 지난 5월 3대 소장으로 연임됐다.

이 소장은 그동안 한국의 극지 연구 노하우와 열정을 기반으로 3대 소장을 연계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러시아, 일본, 독일 등 세계 약 20개국의 기지가 설치된 글로벌 연구현장에서 극지 과학기술자들은 해저지형 지층 탐사, 저서생물·해양생물 채취, 육상지질·암석표본 채취, 육상 동식물 분포조사 등을 통해 지구의 변화를 관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극지연구는 1985년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 가입을 시작으로 1986년 남극조약 가입을 거쳐 1987년 한국해양연구원(원장 강정극)에 극지연구실 신설과 남극기지 건설 사업을 시발점으로 시작됐다.

특히 극지연구는 1988년 2월에 남극세종과학기지 준공과 2002년 4월 북극다산과학기지를 개설한 데 이어 지난 2004년 해양연 극지연구실에서 극지연구소를 독립시킨 이후부터 본격화 됐다. 이후 2009년 11월 쇄빙연구선 '아라온' 건조 완료를 통해 세계 속에서 환경변화와 자원개발 기득권을 확보해 나가며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위치하고 있는 극지연은 극지 관련지역 기초·첨단 응용과학 연구와 국내·외 관련기관과의 대외협력, 전문인력 양성, 남·북극 과학기지 운영과 연구활동 지원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 "극지연 사정 알기 때문에 '가벼울 수 없는 어깨'"

이 소장은 "지난 3년간 소장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3년 임기 동안 연계성을 가지고 중장기 프로젝트와 그 밖의 목표들을 세운 계획대로 진행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2대 소장을 역임하면서 나름대로 얻은 노하우와 경험들을 기반으로 더욱 연계성 있게 중장기 계획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며 "지속성 있게 경영해 나가라는 의미에서 해양연구원과 정부에서도 밀어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가장 큰 성과에 대해 이 소장은 2009년 건조·운영된 쇄빙선 '아라온'을 꼽았다. 쇄빙선은 얼음이 덮여있는 결빙 해역에서 해로를 만들기 위해 얼음을 부수는 기능을 하는 선박. 아라온은 남·북극 결빙해역에서의 극지연구를 수행할 수 있으며 최첨단의 연구장비 장착으로 세계적 수준의 과학연구와 조사가 가능하다.

지난 수십 년간 극지연구를 위해 꼭 필요했던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의 쇄빙선을 임차해 연구해 왔으나, 쇄빙선 임차 기간에 맞춰 연구를 진행해야 하는 불편함 등을 겪어왔다. 때문에 쇄빙선의 건조는 극지 연구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소장은 "쇄빙연구선이라는 인프라가 생겨 세종과학기지와 북극다산기지에서 아라온을 활용해 우리나라 극지연구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 극지연구 사상 최고의 성과"라고 말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극지 선진국들은 우리나라가 전쟁을 하고 있을 당시 기지를 세우며 기술연구를 해나가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은 상상도 못했다. 선배 과학기술자들의 끝없는 연구와 노력 덕분에 우리나라 극지연구 분야가 세계 반열에 들어설 수 있었다.

이전에는 캐나다와 영국 등과의 공동연구를 위해서 우리나라가 도와줄 수 없겠냐며 먼저 사정을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영국과 미국 같은 곳에서 먼저 협력요청을 한다. 얼마 전에는 영국의 극지연구소장이 한·영 협력사업 검토 등을 위해 극지연을 방문 하기도 했으며, 아라호를 활용해 서남극해에서 같이 협력연구를 하자고 제안 하는 등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극지연구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이 소장은 "세계 각국의 극지공동연구 분야에 있어서도 이제 우리가 먼저 도움을 청하는 것이 아닌 해외에서 먼저 의사표명을 한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라며 "우리나라가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개방과 협력이 필요한데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국내외 우수한 팀과 협력한다면 극지연구의 세계적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제2 남극기지 건설될 '테라노바 베이'는?

우리나라의 제2 남극기지건설지로 테라노바 베이가 최종 선정됐다. 국제적 추세에 맞춰 2014년 친환경 모듈형으로 건설될 예정인 제2 기지는 60여명이 생활할 수 있는 규모로 증축될 전망이다. 이 소장은 제 2기지가 건설될 테라노바 베이에서 대륙기반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테라노바 베이 지역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대략적 기획은 마쳤지만, 현재 정밀 기획을 거치는 중입니다. 국제회의와 공동연구 등을 준비 중이고 조직도 거기에 맞게끔 지구물리와 운석, 빙하, 특히 대륙기반을 중심으로 연구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 소장은 극지 대원들 안전이 늘 걱정이라고 말한다. 전화를 하며 늘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세종기지나 배에서 먼저 전화가 오면 마음 한구석이 철렁인다.

"고 전재규 대원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 아파요. 항상 극지 대원들 안전문제가 걱정입니다. 그 문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자주 연락을 하고 있지만, 세종기지에서 먼저 전화가 오면 무슨 일이 일어난건 아닐까 긴장부터 되죠. 늘 대원들과 연락하며 한 마음 한 뜻으로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최근 세종기지 대원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냐'는 질문에 이 소장은 "올해부터 야채 과일이 부족한 극지의 대원들 건강관리와 정서안정을 위해 폐쇄형 육모시스템인 '온실'을 도입해 주말마다 관리하는 등 싱싱한 야채를 먹을 수 있도록 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또 KT와 협력해 위성통신망을 구축, 인터넷 속도와 정보속도 용량이 빨라졌다는 이야기, 2009년부터 세종기지를 대대적으로 수선하고 증축공사를 시행했지만 파이프와 전선 등 완벽하게 증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역시 안전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 등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극지연구는 산업을 위한 연구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호응 없이는 유지, 활성화 하기가 힘들다"며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 등 사랑 받는 연구소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피력했다.

특히 그는 "외국에 비해 인프라가 약했던 우리나라의 극지연구가 많이 커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것"이라며 "외국과의 교류도 중요하지만 개방과 협력, 수월성을 통해 우리나라가 극지연구를 리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한편, 극지연은 극지과학분야의 협력과 강화 및 국제공동연구 과제발굴을 위해 26~28일간 원내에서 '제17차 국제극지과학심포지엄'을 개최한다. '기후변화가 극지역에 미치는 생리생태적 영향'이라는 주제로 열릴 예정이며 관계자 약 2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극지연구소 1층에 위치한 홍보관과 스노우모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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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경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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