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World/10-11 남극2010. 6. 10. 23:19

 


극지연구소 명예연구위원 장순근
 

요즈음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작년에 원고를 넘긴 “남극 세종기지의 자연환경”이라는 제호의 책을 첨삭하는 일이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2008/09년 세종기지 부근에는 이상하게도 새들이 아주 적었기 때문이다. 도미니카 갈매기 정도는 예년의 숫자였으나 기지부근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스쿠아(도적갈매기)는 그 숫자를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남극제비갈매기도 적었다. 아무리 새를 연구하지 않아도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남극 일반에 관한 책으로는 1999년 창비가 낸 “야! 가자, 남극으로”가 있고 킹조지섬과 우리나라의 남극연구에 관한 책으로는 2004년 사이언스북스가 낸 “남극탐험의 꿈”이 있었다.




그러나 남극 세종기지 주변의 자연환경만 다룬 책은 아직 없다. 남극 세종기지를 지은 지 만 21 년이 넘었는데, 자연환경을 다른 책이 없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자 글을 쓸 명분이 생겼고 글의 뼈대가 잡혔다. 그리고는 곧 쓰기 시작했다.

지구육지면적의 9.2%를 차지하는 남극은 한반도의 62배가 넘고 중국의 1.4 배가 넘는 광대한 대륙이다. 그 광대한 대륙의 99.7%가 평균 2,000 m가 넘는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있으며 평균높이가 2,500 m 정도로, 남극대륙을 포함한 7 대륙 가운데 가장 높다(아시아 대륙의 평균고도가 800 m로 두 번째로 높다). 그러므로 남극의 기온은 낮아, 연평균기온은 -34℃이며 연평균온도가 -55.4℃에 남극최저기온인 -89.2℃가 측정된 기지도 있다. 또 고체인 얼음은 천천히 흐르면서 깨어지고 갈라지고 바다로 들어와 빙산이 된다.

현재 최소 220 개가 넘는 국가 가운데 남극에서 겨울을 보내는 상주기지를 가진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20 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그만큼 남극에 기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국가의 자존심이 되며 국민이 자긍심을 가지게 하며 과학자에게는 새로운 연구지역이고 연구재료가 된다.

우리나라는 1978/79년 당시 박정희대통령의 제안으로 남빙양의 크릴을 시험 삼아 잡고 해양조사를 하면서 남극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후 한국해양소년단연맹이 1985년 11/12월에 걸쳐 주관한 한국남극관측탐험은 남극대륙의 최고봉 빈슨 산괴(山塊 4,897 m)를 등정하고 훗날 세종기지를 지을 첫걸음을 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당시 허형택 해양연구소소장은 현재 강릉대학교 최효 교수와 필자를 그 탐험에 참가시켰다). 이어서 우리나라는 1986년 11월 28일 남극조약에 서른세 번째로 가입했고 그 다음해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기지건설을 결정했다. 그에 따라 그해 4/5월에 걸쳐 킹조지섬에서 후보지답사가 있었고 다음해인 1988년 2월 17일 세종기지가 준공되었다. 그 후 매년 여름 하계연구대가 기지주변과 바다를 연구했다. 또 월동연구대는 기지에서 1 년을 넘기면서 기지주변의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해온다. <촬영:DMZ와일드 임완호




우리가 세종기지를 지은 다음 기지에서는 어떤 관찰을 했으며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가? 나아가 2014년 완공을 목표로 동남극 테라노바베이(Terra Nova Bay)에 건설하는 대륙기지를 위해서는 어떤 점을 준비하고 대륙기지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관찰하고 기록할 것인가? 이런 의문들을 조금이라도 해결하려고 세종기지가 준공된 이후 기지주변에서 있었던 자연환경과 그 변화와 사람의 영향을 종합해서 살펴보았다.

남극은 우리나라와 환경이 너무 달라 우리나라의 건축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된다. 예를 들면, 2층 건물이라면 아무리 건물이 작아도 양쪽으로 비상계단이 있어야 하고 창문은 사람의 몸이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커야 한다. 남극에서는 바람이 세어 불을 끌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바로 대부분의 불은 블리자드가 불 때 일어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다는 우리 속담이 맞다! 남극에서 불이 나면 사람이 빨리 피신해야 한다. 남극에서 불이 일어나 사람이 피해를 입은 경우는 여러 차례가 있었다. 바람이 초속 25-30 m로 워낙 세어서 사람이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뜻이다. 실제 1987년 겨울 칠레기지에서 불이 나 한 사람이 죽었고 일곱 사람이 다쳤다. 당시 기지대장이었던 칠레공군 후안 바스티아스(Juan Bastias)중령은 “바람이 세어 불을 끈다는 것은 어림도 없었다”고 말했다. 칠레기지 의 구성원은 민간인보다는 조직이 훨씬 잘 된 군인들이 대부분이고 비행기와 헬리콥터가 있어 고성능 소화장비와 소방차가 있어도 사람이 죽었다.

  또 맹장을 미리 떼어내 급성맹장염 같은 병을 예방하자는 내용도 넣었다. 그러나 맹장이 평소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므로 굳이 제거할 이유가 없다는 일부 안이한 의식이 문제이다. 급성맹장염은 잘 알다시피 수술시간을 놓치면 죽는다. 맹장이 있어서 죽느냐 사느냐 문제를 당할 수 있다면, 떼어내는 것이 정상이다. 남극에서는 이유를 모르지만 급성맹장염의 발병률이 문명세계보다 높다. 병이 생겼을 때, 허둥대지 말고 예방할 수 있으면 예방하면 좋다. 400 km 떨어진 외국기지를 믿어서는 안 된다. 또 1995/96년 함께 월동했던 의사 조상걸 선생의 조언을 받아들여 통신설비를 대단히 잘 하자는 말도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륙기지의 의사가 한국의사의 지시를 받을 때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성격의 책으로는 처음이라 생각돼 두려움이 크다. 또 이 책의 본문에서는, 독자들이 남극의 자연환경과 세종기지를 어느 정도 안다고 믿고, 남극과 세종기지의 아주 기본이 되는 내용은 될 수 있는 한 설명하지 않았다. 나아가 과거의 졸저와 조금이라도 겹치지 않도록 아주 힘썼다.

이 책은 극지연구에 참가했던 연구원들과 세종기지에서 연구했거나 월동했던 여러 사람들과 한국해양연구원에 부설된 극지연구소의 연구과제의 도움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발간을 추천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최덕근교수와 이 책을 만든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 편집을 하는 분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표한다.

[출처]: 해양연구원 2010.5.4.




 

Posted by 경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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